2011/06/10 01:11

SCRE4M clancy's criticism

스크림4G


웨스 크레이븐


 

98년 대학생이었던 저는 학내 동아리에서 주관하는 상영회를 통해 당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개봉하지 못한 '문제작' 한 편을 봤습니다. 상영 전 동아리 사람이 소개하기를 고등학생들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 자해를 하는 등의 장면이 문제가 되어 상영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과연 그것이 문제가 될만한 장면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한껏 바람을 넣기도 했지요. 그렇게 시작한 영화는 첫 씬부터 완전히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무려 '드류 베리모어'가 나오자마자 퇴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단 전화 한 통에서 시작하여 오프닝 타이틀이 나올때까지 사람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다 못해 아얘 프라이를 해 잡수신 연출 때문이었죠.

'스크림'은 공포 영화를 즐기던 저에게도 무척이나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수작이었습니다. 오프닝의 긴장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적절히 유지되었고 각본은 영리하기 짝이 없었지요. 90년대 공포영화는 제 머리속에서 딱 세 편으로 요약이 되는데 여고괴담, 링 그리고 이 스크림이었지요.

스크림이 무엇보다 영리했던 건 호러 그 중에서도 청춘남녀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살인마에게 된통 당하는 슬래셔 무비의 공식들을 그대로 가져와 보기 좋게 뒤틀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아이들은 호러 필름의 레퍼런스를 바이블 마냥 읊어대고 십계명 마냥 공포영화의 공식을 외워댑니다. 저렇게 똑똑한 캐릭터들이라면 절대 죽을 일은 없겠네 싶은데도 설정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영화는 그런 생각을 다시금 대차게 뒤집어 대지요. 전 세계 관객들은 이 영화에 열광했고 당연한 수순으로 속편들이 제작됩니다. 쟝르를 패러디한 스크림을 다시 패러디한 코미디 영화도 나오고 스크림을 기점으로 거의 사장되었다고 생각한 슬래셔 무비들도 다시금 호황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나는 네가, 어반 레젼드, 데스티네이션 등등등...)

스크림 시리즈는 각 편마다 쟝르영화 특히 호러영화의 규칙을 정해놓고 그것을 패러디하고 오마쥬하고 다시 재창조 했습니다. 1편은 슬래셔 쟝르 자체를 가지고 놀았다면 2편에선 속편의 공식을 마지막 3편에서 트릴로지의 규칙을 논하는 식이었죠. 한정된 관객을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호러 필름으로선 기록적인 흥행과 그에 못지 않은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이어진 시리즈는 3편을 끝으로 막을 내린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올 해, 시리즈는 10년 만에 새로운 속편을 내놓았습니다. 감독인 웨스 크레이븐과 각본가 케빈 윌리엄슨 그리고 메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도 그대로 돌아왔고요. 이유야 많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무엇보다도 10년이란 세월동안 다시금 비틀만한 유행 하나가 탄생했기 때문인 듯 보입니다. 바로 '리부트' 말입니다.

이번 4편은 '리부트/리메이크'의 공식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영화의 시작이었던 우즈보로 마을로 돌아와야 했고 시드니 역시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영화에서 커비가 읊어대던 대사를 생각하면 그동안 참으로 많은 리메이크/리부트 공포영화들이 쏟아졌습니다. 스크림 1편의 포문을 열었던 마이클 마이어스도, 마셰티를 휘두르던 제이슨도 심지어 웨스 크레이븐이 창조한 프레디 크루거도 새로운 옷을 입고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우즈보로 마을의 아이들과 시드니 일행은 이런 리부트 영화들에 대해 때로는 찬사를 때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새로운 스크림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4편의 오프닝은 1편의 동어반복처럼 시작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여자애들 둘이다 뿐이지 드류 베리모어에게 벌어진 것과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는 거죠. 하지만 곧바로 이 광경은 스크림 영화 속의 영화 스탭(STAB) 6편의 장면임이 드러납니다. 그리곤 스탭 6편을 보며 깔깔대는 또 다른 '금발머리 여자' 둘이 등장하는데 무려 '안나 파퀸'과 '크리스틴 벨'입니다. 1편에서 금발로 등장한 드류 베리모어를 연상할 수 밖에 없는 모양으로 말이지요. 그러나 이 장면 역시 사실은 스탭7의 장면입니다. 이렇듯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에게 장난질을 거는 듯 보입니다.

본편은 기본적으로 리부트의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배경과 인물들은 1편을 연상시키고 사건들 역시 1편과 유사합니다. 여느 리부트 영화들이 그러하듯 현대적인 재해석들도 가미됩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스트리밍 영상, 트위터가 등장하고 '요즘 관객들은 공포 영화 공식을 빤히 꿰차고 있어'라며 '포스트 스크림' 영화들에 익숙해진 요즘 관객들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힙니다. 하지만 시리즈의 중심인 시드니, 듀이, 게일이 버티고 선 만큼 결국 영화는 '4편' 입니다. 지난 3편이 기본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한계가 여전한 거죠.

스크림 시리즈의 장점은 앞서 말한 쟝르에 대한 도전만이 아니라 '고스트 페이스'라는 악당의 정체성에도 있습니다. 가면 뒤에 숨은 살인마는 초현실적인 존재도, 막판에 벌떡 살아나거나 은근슬쩍 여지를 남김으로서 속편을 암시하는 존재도 아닌 주변 누구든 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는 확실하게 죽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편마다 스크림은 '범인찾기' 놀이의 반복입니다. 그게 빤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건 살인마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지요. 고스트 페이스라는 아이콘으로 일관성이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세편의 시리즈는 모두 각각 저마다 다른 악당들에 대해 얘기하는 독립적인 이야기도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점은 그대로 시리즈의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우선 시드니를 비롯한 메인 캐릭터들이 계속 살아남으면서 피해자의 위치를 유지한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니까 너 하나 죽이려고 다들 난리 친거잖아'라는 대사처럼 시드니야 말로 '그림 리퍼' 그 자체인 겁니다. 피해자는 똑같은데 살인마는 계속 변하는 기이한 구조에서 속편으로 갈수록 범인의 정체는 난제가 되어갑니다. 이야기의 설득력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지고요. 쟝르의 공식이니 속편의 공식이니 심지어 트릴로지의 규칙이 언급되지만 결국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관객들이 시리즈에 바라는 특별함을 유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이기도 한 거지요.

이번 영화도 이런 한계가 분명합니다. 리부트에 관한 이야기지만 여전히 전작들과 똑같은 범인찾기에 시드니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죽일 놈은 다 죽인 마당에 다시 우즈보로로 돌아왔으니 범인 만들기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일단 범인찾기를 하려면 후보군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리부트다보니 1편에서 한번 했던 이야기를 재탕하는 가운데 비슷비슷한 캐릭터와 인물 관계도 속에서 관객들을 다시 한 번 속여야 한다 이겁니다. 당연히 무리수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1편에선 꽤나 충격적이었던 범인의 정체가 2편에선 그래 그럴 수 있어 정도였고 3편에선 그래도 이건 좀... 싶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전체적인 구성에선 한계가 보이지만 부분부분의 구성은 참신한 면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오프닝은 1편만한 충격은 아니지만 뭔가 비꼬는 맛이 강해서 낄낄거리며 즐길만 했고 이후의 살인 장면들에선 꽤나 그럴싸한 순간들도 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범인의 쌩쇼는 이게 호러인지 코미디인지 잠시 헛갈리게 만들기 좋아하는 감독의 취향이 잘 드러납니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느낀 거지만 시드니와 듀이,게일의 생명력은 끈질김을 넘어 초인적입니다. 칼침 몇방으론 죽이긴 커녕 전투력을 줄이기도 힘들 지경이지요. 죽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멀쩡히 살아 돌아오는 꼴을 보면 고스트 페이스가 악당인지 이들이 악당인지 헛갈릴 지경입니다. 고백하자면 이번 영화의 막판 액션신은 내가 보고 있는 게 스크림인지 하이랜더인지 분간이 안갔습니다.

영화에서 듀이와 게일은 10년간 함께 해온 권태기 부부입니다. 듀이는 동료 여경관의 유혹에 당황하며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위기의 중년이고 게일은 시골 구석에서 커리어가 말라가는 중이고요. 이 시리즈를 통해 실지 부부의 연을 맺었던 둘은 얼마 전 파경을 맞았죠, 극중에선 슬쩍 이 부분을 가지고 농담을 치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이 오히려 그만큼 둘이 부부관계를 떠나 여전히 좋은 친구가 된 듯 보여 좋았습니다.

마리 쉘톤이 듀이에게 푹 빠진 여자 보안관으로 나옵니다. 시드니와 동창인데 학창시절엔 존재감 제로의 아이였다는 설정이기도 하고요. 살짝 1편의 듀이도 연상되는 어벙한 캐릭터인데 '일레븐스 아워'에서의 똑부러지는 FBI요원 모습에 익숙했던 저에겐 그 갭이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역시나 '히어로즈'로 익숙한 헤이든 파네티어가 커비 리드라는 주조연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중간에 살짝 초능력과 관련된 농담이 등장한 것도 같습니다. 그보단 영화 속 그녀의 헤어스타일이 저에겐 초능력 같아 보이긴 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세팅한거여? 가발 아닌가?

엠마 로버츠가 시드니의 조카인 질 로버츠(^^)로 나오는데 꽤나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그녀의 순둥이 같은 외모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이죠. 막판에 보여준 열연 덕분에 배꼽을 잡았습니다.

찰리 워커 역의 로리 컬킨은 맥컬리 컬킨의 동생입니다. 엠마 로버츠와는 라임 라이프란 영화에서 함께 공연한 적도 있고요. 데이비드 아퀘트, 엠마 로버츠, 로리 컬킨... 뭔가 헐리웃 덕에 먹고사는 가문의 아이들끼리 친목회라고 가진 분위기네요.

시드니의 이모이자 질의 엄마 역엔 매리 맥도넬이 거의 까메오 수준으로 나오는데 그 비중에 비해 좀 과한 캐스팅이긴 한데 범인찾기에 혼선을 주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스크림 시리즈를 보고 나면 늘상 하게되는 생각이 범인의 정체가 스토리상 아귀가 들어맞나 하는 점입니다. 고스트 페이스가 등장한 장면마다 가면을 쓴 게 누구인지 짐작하는 재미 말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같은 재미를 즐길 수 있지요.

첫번째 살인 (마니, 제니) - 누구던 가능합니다. 그리 중요하지 않지요. 정황상 둘이 같이 벌인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두번째 살인 (트루디) - 질일 수는 없지요. 찰리가 고스트 페이스입니다. 질의 부상은 의도된 것이겠지요.

세번째 살인 (시드니 홍보담당) - 역시 누구던 가능합니다만 질은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었을 테니 찰리였을 것 같습니다. 병원 안에서 경찰의 수색을 벗어난 걸 보면 질일 수도 있겠네요.

네번째 살인을 위한 시도 (게일) - 스태버톤 중이었으니 찰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비슷한 시간에 벌어진 진짜 네번째 살인 장면을 생각하면 아마도 찰리일 겁니다.

네번째 살인 (경찰 둘) - 질입니다. 자기 집 앞이었고 굳이 찰리가 왔다갔다 할 이유는 없었죠.

다섯번째 살인 (시드니 이모) - 역시 질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입니다. 후에 스스로 자백하기도 했고요.

여섯번째 살인 (로비) - 찰리입니다. 현관에서 칼에 찔린 로비를 뒤따라 고스트 페이스가 쫓아올때 질은 시드니와 함께 있습니다.

일곱번째 살인 (커비) - 찰리지요. 음.. 이건 고스트페이스가 아니니 카운트 할 필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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