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5 14:51

해운대 -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재난' 영화 clancy's criticism

해운대

이제 우리나라도 대규모 자연재해를 CG로 재현한 영화가 나왔습니다. 해운대는 제목 그대로 해운대를 배경으로 대형 쓰나미에 의한 재난을 그리고 있습니다. 대형재난영화로서 미숙하고 영화 자체의 재난 정도는 조금 심각합니다. 그래도 흥행은 잘 되고 있다는데 역시 이해하기 힘듭니다. 1년에 한번씩 이런 '애국코드'로 홍보하는 영화를 보러 드문 발걸음을 하는 유동관객층 때문인지 아니면 그래도 캐스팅만은 빵빵해 이름값을 하는 것인지, 영화적 재미나 재난영화라는 이벤트적 효과때문에 이정도로 흥행을 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역시나 개인의 취향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게 대중의 취향인가 봅니다.

우선은 영화의 주요 홍보 포인트인 쓰나미의 재현과 그를 위한 특수효과들에 대해 평해보자면. 전체적으론 한정된 예산을 적절히 활용해 '그래도 돈은 제대로 썼나보구나'란 생각을 들게 하는 수준입니다. 헐리웃엔 절대 미치지 못할 수준이지만 가까운 일본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땐 그 기술적인 면에선 살짝 위가 아닐까 싶었어요. 뭐 헐리웃 기술진들 모셔다 도움 받은 것으로 알고 있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겠죠. CG로 재현하기 어려운 오브젝트 중 하나가 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물이 핵심이 되는 만큼 많은 장면이 물을 CG로 처리하는데요. 일단 맨 처음 동남아 쓰나미 장면의 바다는 어색했습니다. 이렇게 몇몇 지나치게 어색한 CG 장면들이 있는데 동해에서 쓰나미로 배가 침몰하는 장면이나 광안대교의 폭발장면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반면 상당히 멋지거나 그럴듯한 장면들도 있어요. 대부분 예고편에 나온 장면들이 그렇고 물에 잠긴 도시나 폐허, 다가오는 쓰나미를 원경에서 잡은 장면이나 광안대교 위의 액션신 등이 그렇습니다. 특히 광안대교 위에서 펼쳐지는 전체적인 액션시퀀스는 스필버그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세부적인 호흡을 조금만 더 살렸다면 정말 한국영화 베스트 장면이 됐을지도 모를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선방한 장면들도 있지만 몇몇 중요 CG 장면들은 스토리상 비중에도 불구하고 부실하거나 너무 짧고 뜬금없이 지나가 튀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마도가 무너지는 장면과 해저화산과 같은 쓰나미의 원인이 되는 장면들 말이에요.

특수효과나 부분적인 액션 연출 등은 나름 평가를 받아야 할만큼 훌륭한 부분들도 있지만 스토리 부분으로 넘어가면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영화는 순식간에 벌어지는 쓰나미의 재난적 특성과 예산의 한계를 위해 시간 배치를 영화의 2/3 부분까지 코미디를 강조한 일상의 이야기와 인물소개로 때우다 이후부터 재난을 보여주는 방식을 채택하는데요. 코미디는 평작 수준의 한국형 코미디 영화입니다. 감독의 전작들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코미디 뒤에는 신파들이 배치되고요. 사실 드라마를 담당하는 이 코미디와 신파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촌스런 구석들을 제외하곤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부분적으로 감정 몰입을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들이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하지원이 맡은 연희와 설경구가 맡은 만식의 어머니 사이의 갈등 관계는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만식의 어머니는 대체 왜그렇게 연희를 싫어하는 것인가요? 자기 식당 앞에서 생선 팔았다는 거, 그리고 그릇 빌려가서 제 때 안가져다 준것 말고는 이유가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관계에서 강자의 위치는 연희입니다. 두 사람은 같은 사건의 관계자였고 그중 한명인 연희는 아버지를 사고로 잃었지만 만식은 살아돌아왔습니다. 게다가 마누라는 도망가고 애까지 달린 만식은 연희를 좋아하며 은근히 작업을 거는 중입니다. 이런 조건에서 남자 쪽 어머니가 저렇게 당당하려면 남자 집안이 오라지게 부자라던가 여자가 엄청나게 문제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식의 뻔한 상황이라도 가져와야 합니다. 저렇게 만식의 어머니가 짜증부릴 이유가 없어요 아이고 이쁜 것이라고 두둔하며 싸고돌아도 부족해요. 혹자는 대형상가 도입건과 관련하여 '회장'이 연희를 돌봐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회장은 만식의 작은 아버지이고 그와 만식의 어머니 관계는 돈독한 편입니다. 문제의 '개새끼' 장면을 보세요! 이런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연희 캐릭터도 괴이하긴 마찬가지 입니다. 그 정도 미모에 자립심도 강한 처자가 뭐가 부족해서 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데다 뭐 하나 내세울 것도 없는 만식에게 애정을 느끼는 건가요? 지상렬씨 표현을 빌자면 UN봉사대쯤 되는 사람입니다. 그녀의 일과도 이상하긴 마찬가지 입니다. 그녀는 배를 타고 나가는 어부이며 횟집을 운영하고 노상에서 생선을 팝니다. 초반엔 아버지를 잃고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는 여성인 것처럼 그려지지만 알고보니 재산가에게 후원을 받고 사는 사람입니다. 자기 가게도 떡하니 가지고 있고요. 빌린 것이긴 하지만 작은 배도 있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당장 가게에 필요한 그릇이나 술이 없어서 만식에게 은근히 빌붙고 있습니다. 그거 몇천원이 없는데 배에 기름 넣을 돈은 있다는게 말이 되나요? 심지어 막판엔 모든걸 훌훌 털고 서울가겠다고 나섭니다. 그렇다면 후원이 끊겨도 당분간 살아갈 재력은 된다는 거겠죠. 이런...... 만식의 동생인 형식(이민기)과 피서객 희미의 애정라인도 괴상하긴 마찬가지 입니다. 중간에 끼어든 부잣집 도련님 캐릭터는 정말 70년대 '방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고요. 마지막 하일라이트는 이입도 안되고 고개만 갸우뚱하게 만들죠. 차라리 형식과 만식의 설정을 바꾼다면 어땠을까요. 그렇다면 시골청년과 서울부잣집 딸내미의 연애란 촌스런 공식도 더 강화되었을 것이고 만식과 연희의 감정선도 더 강해졌을 거에요. 또다른 중요 스토리축인 김휘(박중훈)와 이유진(엄정화)의 스토리는 마찬가지 촌스런 신파임과 동시에 거대한 클리셰 덩어리입니다. 아 더이상 뭘 말해야 할까요...... 마지막 '내가 니 애비다' 장면에서 극장 사람들 대부분이 피식거렸다면 설명이 될까요?

재난 장면의 연출도 시각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봤을때 엉망입니다. 일단 문제의 '쓰나미'는 마법 그 자체입니다. 거대하긴 한데 해변에선 대략 4-5m 가량의 파도 효과를 내다가 도심부로 들어오면 갑자기 50m이상이 됩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영화에서 쓰나미가 밀려올때 크게 네 부분의 피해상황을 보여줍니다. 해변, 대교, 호텔 그리고 해상 말이에요. 이중에서 이민기를 중심으로 한 해상 장면은 머리가 아프니 제외하고, 가장 바다와 근접한 것은 당연 해운대 해수욕장이 있는 해변이고 여기는 만식파트입니다. 그 다음은 동춘이의 대교장면, 마지막으로 김휘의 호텔입니다. 두차례 쓰나미 중 첫번째 쓰나미가 몰려온 부분부터 얘기할까요. 일단 광안대교는 쓰나미에 완전히 삼켜집니다. 수십미터 높이까지 파도에 잠겨요. 그리고 호텔은 13층(17층? 정확한 층수가 기억나진 않아서 작은 층으로 씁니다) 높이의 유리창이 파도에 박살이 납니다. 그리고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의 해변은? 한마디로 말씀드리죠 해안을 때릴때까지 2-3분 정도 남았을 시간에 바로 해안 둑에서 도보로 도망치기 시작한 사람이 전봇대 뒤로 몸을 피했다고 살아납니다. 이후 침수도 고작해야 1층건물이 잠길 정도에요. 이건 뭥미? 더 괴상한 건 두번째 쓰나미가 밀려올때입니다. 이 두번째 파도로 인해 적어도 15층 가량은 되어 보이는 호텔 옥상에 있던 사람은 죽습니다. 광안대교에서 폭발에 휘말려 기절했을 사람은 살아나지만 이건 일단 이해해 주겠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해안에 있는 사람은? 모르겠습니다. 영화상으로 이들은 2차 쓰나미의 피해를 받지 않습니다. 편집을 제대로 한거라면 말이죠.

사실 해안가 사람보다 더 대단한 생존력을 가진 인물들이 있습니다. 바로 희미의 친구들인 조역들인데요. 쓰나미가 밀려올때 이들은 지하에 있는 수족관에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가봐서 아는데 분명 지하에 만들어진 수족관입니다. 내부 수족관은 쓰나미의 충격으로 터지면서 물이 쏟아지는 장면도 나옵니다. 게다가 이 수족관의 위치 역시 바다에서 그닥 떨어지지 않은 저지대입니다. 대피로도 많지않고 수족관 특징상 좁은 통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미에 보면 이들은 살아남아서 폐허위에서 손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유명한 '김밥할머니'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마지막 은주의 딸을 안아올리는 사람이 바로 김밥할머니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고급호텔안에서 도망쳐 올라온 사람입니다. 바구니에 김밥 올리고 장사하는 할머니가 고급호텔에 무슨 용무였는지도 궁금하지만 건장한 남자들도 죽어나가는 와중에 옥상까지 올라와 인파를 뚫고 구조 버킷에 올라탄 고령의 할머니라니... 이거 무슨 초인 캐릭터도 아니고.

만식과 연희는 쓰나미가 밀려오자 도망치다 전봇대 뒤에 숨어서 살아납니다. 그리곤 가슴께(!!)까지 차오른 물을 피해 전봇대 위로 올라가는데요. 이때 변압기까 물에 떨어지며 사람들이 감전되어 죽습니다. 고압의 전기라면 물속의 사람도 그렇지만 고작 수십센치 위에서 물을 줄줄 떨어뜨리며 철제 구조물에 메달린 사람도 무사할 리 없습니다. 심지어 그 구조물이 전봇대라고요! 더 웃기는 건 갈등 관계이던 '회장'이 바로 옆 전봇대에 매달려 살았다는 겁니다. 아 이거 뭔가요, 일일연속극에서 써먹는 우연의 일치 따위 개나줘버려를 외치고 싶은 상황이지요. 이런 경우는 많습니다. 만식과 연희 관계를 틀어지게 한 동춘과 만식의 어머니/아들은 바로 차 몇대를 사이에 두고 광안대교 위에 있었고 여기엔 엄정화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동춘의 어머니는 아까 말한 전봇대 위의 회장/만식의 작은아버지의 근처에 있다 피해를 입고요. 결정적으로 김밥할머니.. 김밥할머니... 김밥할머니.... 짐작컨데 부산은 대형 컨벤션센터에 광안대교에 해수욕장에 호텔까지 있지만 고작해야 버스 두세 정거장이면 다 돌아볼 규모인 모양입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건 김휘와 그의 연구원들입니다. 그들의 대사 말이에요.. 그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들. 이 사람들 역할은 영상으로 재현하기 힘들거나 귀찮은 쓰나미의 진행을 입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건 2004년 동남아 쓰나미와 일치해요!' '또 해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등등 대사의 질도 엉망이지만 내용도 문제입니다. 당췌 전문가로서 계속 쓰나미를 주시해왔다던 사람들이 마치 사건 당일 모든 것을 파악했다는 듯 말하고 있고. 팀장이 분명한 김휘는 아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각종 데이터를 그때마다 아랫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확인합니다. 김휘가 소방재난청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메가쓰나미를 설명하는 장면은 또 어떤가요. 수족관의 공기주입장치에서 올라오는 거품을 보며. '이게 해저 화산에서 올라오는 기포입니다' 그리고 대마도가 무너지면이라면서...... 손으로 수족관 수면을 내리칩니다. 이봐요, 뭐하나요? 그게 쓰나미의 원인이라고요? 그럼 섬크기 정도의 '무언가'가 하늘에서 떨어져 해수면을 내려치는 게 쓰나미란 거군요. 뭔가 헐리웃 스러운 연출을 해보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빈곤하다는 게 눈에 보여요. 이런 식의 설명은 영화 속 인물이 아닌 영화를 보는 쓰나미에 대한 상식이 얕은 저같은 관객에게 알기쉽게 다가가기 위함이에요. 아마게돈에서 주먹안에 쥔 폭죽으로 핵폭탄의 활용을 설명하는 밥 쏜튼이나 코어에서 태양에너지의 피해를 헤어스프레이와 사과로 설명하는 박사 정도는 되줘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영화는 곳곳에 구멍투성이에 어설픈 연기와 연출, 각본으로 재난을 만듭니다. 쓰나미 얘기가 아닙니다. 영화 자체가 재난이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몇몇 재난급 한국영화에 비하면 그 재난의 정도가 덜하고 그래도 장점이 그들보다 많아서 다행일 뿐이지요. 이 영화의 성공이 불안한 건 이런 점입니다. 앞으로 영화 제작을 하는 사람들이 관객들을 무시하고 막나갈 소중한 사료가 될것 같아서 말이에요. 재난영화는 앞으로 계속 만들어졌으면 좋겠지만 이런 식의 어설픔은 이번 한 번으로 족합니다.

덧글

  • 달려옹 2009/08/05 20:02 # 답글

    전 현수교에 컨테이터선이 매달려 줄이 끊어졌는데도 무사한거나..
    설사 잠시 무사할수 있다고 해도 폭발했는데도 부분 붕괴만 일어난게 더 웃기던데요..ㅡㅡ;
  • 카바론 2009/08/05 20:17 # 삭제 답글

    박중훈이 영화 연기력을 별점으로 매기면 혼자서 하나는 깎아먹더라고요
    ..말마따나 아역보다 못하단게 이런거였죠. (..)
  • 동사서독 2009/08/05 21:06 # 답글

    실질적인 흥행 카드는 '이대호'일지도...
  • 턱걸이소년 2009/08/09 21:43 #

    개념
  • 분려 2009/08/05 22:37 # 삭제 답글

    해운대 사는 저로선 제 집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궁금하기만 합니다. 금요일날 영화보러가는데 이거 보고 가도 될런지...
  • 잠본이 2009/08/05 22:40 # 답글

    다른거 다 봐줘도 진짜 그 수족관에 있다가 살아난 여자들은 도저히 이해가...OTL
  • 23425 2009/08/06 00:03 # 삭제 답글

    CG도 CG였지만, 정말 이 영화는 배우들이 왜 그런 관계에 처하게 되었으며 그 일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는 전혀 알려주질 않아서 배우가 오열을 해도 전혀 슬프지 않은영화라는 느낌이였습니다. 박중훈씨의 별점까먹기는 정말 대공감. 도대체 해운대가 왜 흥행하고있는 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라세엄마 2009/08/09 14:44 # 답글

    ...흠. 디워처럼 전반적으로 까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흥행실패-> 해운대2 제작 취소가 될텐데..
  • 동감 2009/08/09 20:58 # 삭제 답글

    흠.. 그냥 영화는 영화로서.. 가볍게 즐기는게...
    본인은 그냥 그렇게 생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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