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7 20:31

완벽한 요괴를 만나는 방법 clancy's work


2011/11/05 20:54

돼지의 왕 clancy's criticism

돼지의 왕



연상호


단편애니 지옥(이후 중편으로 확장된 지옥:두개의 삶까지)으로 특유의 스타일을 각인시켰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자 첫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소설가란 직함을 내걸지만 현실은 자서전 대필가인 종석에게 중학 동창인 경민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15년만에 전화를 걸어선 다짜고짜 만나자고 해선 술잔을 기울이던 경민은 중학교 1학년 1학기란 짧은 시간 그들의 삶에 툭 튀어나왔던 김철이란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 극은 그들의 끔찍했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갑니다.

성인이 되어 재회한 인물들이 자신들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며 과거의 비밀들이 드러난다는 극의 구조는 익숙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회상하는 중학교 1학년의 교실은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된 소년들의 세계라기 보다는 어른들의 세계를 흉내내는 애새끼들의 지옥도고요. 음... 이걸 고등학교로 무대를 옮긴다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하려는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현실의 부조리를 그대로 학교란 공간에 대입시켜 우화처럼 이야기를 풀어감으로서 현실의 구조에서 꺼내기 힘든 설정들을 풀어보는 거지요. 제목에서 언급된 '돼지'는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지옥에서 빅브라더들이 던져주는 거짓 희망에 목맨채 뒤룩뒤룩 살을 찌우는 프롤레탈리아 계급입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지배세력의 메인스트림에 들어가려 각자의 노력을 해보지만 그렇게 찌운 '살'은 결국 누군가의 먹이가 될 운명이란 거지요. 그들을 착취하는 건 힘과 돈을 가진 '개'들입니다만 사실 이들도 누군가의 '애완견'입니다. 그 위엔 무엇이 있을까요? 극에선 선명하게 언급하지 않지만 그건 시스템일 수도 있고 이 차가운 도시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옥도에서 돼지로 머물지 않고 저항하려는 아이들의 군상이 여러가지로 제시됩니다. 김철이 상징하는 아나키스트나 찬영이 상징하는 합리적 개혁가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이지요. 경민은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약자이자 소수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종석은 염세적인 무언의 관찰자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식의 우화에 그치지 않고 마지막 극적 반전으로 미스터리로서의 책임에도 충실합니다. 문제의 '공개자살' 날 조회시간의 진상과 그 뒷 이야기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면이 있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충격적입니다. 동시에 앞서 제시된 인물상들을 단번에 뒤집으며 일종의 극적 카타르시스를 자아내기도 하지요.

저예산(일것이 분명한) 애니메이션임에도 힘의 분배를 적절히 조절하고 컴퓨터를 활용한 경제적 연출로 충분한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힘을 준 부분의 연출은 정말 멋지기도 하고요. (옥상의 결투신 같은 거 말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극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지만 중학교 1학년이라는 배경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극악스런 이야기를 생각하면 애니메이션이 각본의 손실을 최소화 할 방법이라는 건 분명하지요. 그러니까 이 설정과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으로서만 순수히 기능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걸 실제 배우를 캐스팅해서 찍으려 든다면 설정을 고교로 바꾸거나 아동학대 혐의에서 안전할 수 없겠지요.

더빙에 참여한 배우의 면면이 흥미롭습니다. 일단 메인 캐릭터인 종석 역엔 양익준 감독이 참여하고 있어요. 자기 작품 똥파리에서 주연으로 좋은 연기를 보인 바 있는 만큼 역시나 안정적입니다. 상대역 격인 경민 역엔 오정세 배우가 참여했는데 얼마 전 본 커플즈에 이어 그가 출연한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되는 셈이네요. 왠지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아역엔 대부분이 여자 성우가 더빙을 맡았습니다. 일단 주요 배역인 김철 역엔 김혜나씨가 그리고 어린 경민과 종석엔 무려 박희본과 김꽃비가 참여했네요. 저에겐 여전히 SM 아이돌로 더 기억에 남아있는 박희본은 인디계의 여신이라도 될 모양입니다. 그리고 김꽃비씨야 뭐... 양익준 감독이 참여하지 않았습니까 ㅋㅋ (이거야 말로 진정한 지인 캐스팅)

한국 애니메이션으로서 이런 작품을 접한다는 건 축복입니다. 안타까운 건 개봉관이 너무 적다는 거죠. 서울은 어떤지 몰라도 대구에서 이 작품을 보려면 아트하우스인 동성아트홀이나 L극장의 심야상영을 '노려야'만 하니까요. 여튼 이거 보려고 거의 '15년' 만에 동성아트홀을 가보았습니다. 여기서 빽투더퓨처2를 볼때만 해도 그냥 동성극장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같은 건물 2층에 있던 맛나는 칼국수 집이 없어진 건가요.

2011116.txt

2011/07/21 23:52

임시 파일들 clancy's work


2011/07/10 00:12

사바나 와이즈 solotopia


2011/06/21 13:17

에이핑크 - 정은지 clancy's work


2011/06/20 16:54

주말예능 clancy's work


가! 가라고, 너 만나고 나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탱고! 위드 작사노트!

2011/06/12 23:58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 초시공! 태풍을 부르는 나의 신부 clancy's criticism


 

시키노 아키라


 

짱구는 못말려란 제목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일본만화 '크레용 신짱'은 실질적으로 연재종료 상태입니다. 2009년 작가 우스이 요시토가 산행도중 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지요. 사후 발견된 원고까지 2010년 3월 연재는 종료 되었지만 여전히 미디어 이전 작업을 여전히 활발한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은 언제나 작가보다 오래 살아남기 마련이니까요.

극장판으론 이미 18번째 시리즈인 이번 작품은 언제나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짱구와 가족, 친구들이 새로운 세계에서 벌이는 모험활극인데요. 이전 작품과의 차별점이라면 '시간여행'이란 테마와 '어른 짱구'의 등장입니다.

사실 일본의 어린이 극영화/만화영화에서 시간여행 테마는 너무나 흔해서 일종의 쟝르를 형성하고 있다고 봐도 좋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여행 쟝르...) 일본 사람들이 시간여행 어지간히 좋아하나보다 싶을 정도라니까요. 그리고 개중에는 과거나 미래의 자신과 만나는 이야기들도 당연히 많습니다. 이번 극장판은 이런 뻔한 설정을 차용했습니다. 운석 충돌로 폐허가 된 후 재건된 20년후 네오도쿄(ㅋㅋ)는 충돌후 생긴 구름층으로 햇빛을 보지 못하는 어둠의 세계입니다. 그리고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회사 사장은 절대권력의 지배자로 군림했지요. 미래의 청년 짱구는 그런 세상을 변화시키려 모종의 작전을 수행하던 중 연인이자 사장 딸인 다미에게 5살의 나를 데려와달라는 말을 남긴채 사장에 의해 석상으로 변해버립니다. 마이크처럼 생긴 타임머신을 타고 20년전으로 돌아간 다미는 어린 짱구와 친구 4인방을 데리고 미래로 돌아오고 이러저러 여차저차 모험극 끝에 사장의 독재를 극복하고 세상에 자유를 선사하게 됩니다.

 

설정에서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장면들이 중반부를 채우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처음 장면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미래의 자신을 그리며 소꿉장난을 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미래로 간 아이들은 20년후 자신의 모습을 보는데 상상하던 것과 다른 모습과 대면하게 됩니다. 짱구네 가족의 미래도 재미를 선사합니다. 아버지는 햇빛을 보지 못해서인지 대머리가 되버리고 만날 살쪘다고 짱구에게 놀림당하던 엄마는 진짜 거구의 할머니가 되어있다는 식이지요. 좀 구질구질하게 세상에 찌든 미래의 인물을 전반부에 배치하고 후반부엔 의외의 모습을 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상황의 반전을 꾀하기도 하는데요. 꼬질찔이 맹구는 초천재 과학자가 되어서 거대 로봇과 등장하고 짱구 동생 짱아는 바이크를 타고 등장하는 섹쉬한 국제경찰이 되어 나타나는 식이지요. 약혼자 다미와 어린 짱구/청년 짱구간의 로맨스도 적절한 수준에서 이야기에 삽입되고요. (심지어 다미와 짱구 사이에 사랑의 장애물이자 삼각관계의 한축 역할로 철수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ㅋ)

 

곳곳에 소소한 패러디들도 여전합니다. 큐티하니나 웨딩피치를 연상시키는 여자군단이 사실은 시집못간 원한을 궁극기로 승화한 노처녀 용병들이고. 청년 짱구의 석화 장면이나 그를 석화시킨 것이 연인 다미의 악당 아버지란 설정은 스타워즈의 레아,한솔로 커플을 연상시킵니다. 맹구가 끌고온 로봇은 철인 28호의 패러디이고 폐허가 된 도쿄 모습은 아키라를 그리고 그 위를 날아다니는 비행선은 무려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리게 만들고요.

 

짱구 시리즈에 빠지지 않는 아이콘들도 여전히 등장해요. 짱구의 엉덩이 춤은 클라이맥스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고 (아.. 지금도 이 생각만 하면 웃겨요) 미래의 짱구는 당연하게도 액션가면 복장으로 위장을 하고요. 흰둥이나 초코비과자도 미래에 변형되어 등장해 자잘한 재미를 줍니다.

작가 사망후 만들어진 극장판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영화외적인 의미부여를 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전 작품에서 주로 어린이의 순수함이나 어른들만의 세계를 따로 분리해서 그리며 짱구를 비롯한 아이들은 관찰자 시점에 머무르게 만들던 엔딩에 비해서 이전 작품은 청년 짱구를 직접적으로 등장시키며 '훌륭한 어른이 되고 싶어'라는 결론을 내리는 어린 짱구의 모습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20년 가까이 5살에 머물던 짱구에게 이제 자라나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의지를 심어주는 거죠. 거기에 힘을 실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미래의 짱구 모습은 여전하면서도 어른스럽고 매력적입니다. (일본 만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헐랭이인척 대의에 부응하지 않는척 하면서도 사실 중요한 문제는 혼자 다 해결하는 캐릭터죠) 게다가 아름다운 약혼녀까지 등장시켰어요 (다미의 그림체만 유독 기존 캐릭터들과 다르게 튄다는 생각 들지 않으셨나요?)

 


이제 짱구도 작가의 품에서 떠나 어른이 될 시간이 된거란 얘기일까요.


그외.

핵폭발 이후를 연상시키는 (운석충돌이나 핵폭발이나 결과물은 비슷하죠) 도쿄의 모습과 그것을 지배하는 '전력회사'라니. 요즘 일본 모습을 생각하면 거의 예언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쪽만화로 시작한 단순한 그림체의 만화가 일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세계적인 캐릭터로 정착되어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만 합니다. 왜 한국엔 아톰이나 미키마우스, 틴틴이나 짱구가 없는 걸까 하는 뻔한 고민을 다시하게 됩니다. 물론 태권브이가 있고 둘리가 있고 까치가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작가 사후에도 여전히 일본 문화의 한축으로 그네들의 아이콘의 일부가 된 캐릭터들과 달리 제대로 평가받기도 전에 이미 나이가 들어버려 '역사'의 한켠으로 잊혀져가는 것만 같다는 거지요.


2011/06/10 01:11

SCRE4M clancy's criticism

스크림4G


웨스 크레이븐


 

98년 대학생이었던 저는 학내 동아리에서 주관하는 상영회를 통해 당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개봉하지 못한 '문제작' 한 편을 봤습니다. 상영 전 동아리 사람이 소개하기를 고등학생들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 자해를 하는 등의 장면이 문제가 되어 상영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과연 그것이 문제가 될만한 장면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한껏 바람을 넣기도 했지요. 그렇게 시작한 영화는 첫 씬부터 완전히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무려 '드류 베리모어'가 나오자마자 퇴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단 전화 한 통에서 시작하여 오프닝 타이틀이 나올때까지 사람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다 못해 아얘 프라이를 해 잡수신 연출 때문이었죠.

'스크림'은 공포 영화를 즐기던 저에게도 무척이나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수작이었습니다. 오프닝의 긴장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적절히 유지되었고 각본은 영리하기 짝이 없었지요. 90년대 공포영화는 제 머리속에서 딱 세 편으로 요약이 되는데 여고괴담, 링 그리고 이 스크림이었지요.

스크림이 무엇보다 영리했던 건 호러 그 중에서도 청춘남녀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살인마에게 된통 당하는 슬래셔 무비의 공식들을 그대로 가져와 보기 좋게 뒤틀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아이들은 호러 필름의 레퍼런스를 바이블 마냥 읊어대고 십계명 마냥 공포영화의 공식을 외워댑니다. 저렇게 똑똑한 캐릭터들이라면 절대 죽을 일은 없겠네 싶은데도 설정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영화는 그런 생각을 다시금 대차게 뒤집어 대지요. 전 세계 관객들은 이 영화에 열광했고 당연한 수순으로 속편들이 제작됩니다. 쟝르를 패러디한 스크림을 다시 패러디한 코미디 영화도 나오고 스크림을 기점으로 거의 사장되었다고 생각한 슬래셔 무비들도 다시금 호황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나는 네가, 어반 레젼드, 데스티네이션 등등등...)

스크림 시리즈는 각 편마다 쟝르영화 특히 호러영화의 규칙을 정해놓고 그것을 패러디하고 오마쥬하고 다시 재창조 했습니다. 1편은 슬래셔 쟝르 자체를 가지고 놀았다면 2편에선 속편의 공식을 마지막 3편에서 트릴로지의 규칙을 논하는 식이었죠. 한정된 관객을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호러 필름으로선 기록적인 흥행과 그에 못지 않은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이어진 시리즈는 3편을 끝으로 막을 내린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올 해, 시리즈는 10년 만에 새로운 속편을 내놓았습니다. 감독인 웨스 크레이븐과 각본가 케빈 윌리엄슨 그리고 메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도 그대로 돌아왔고요. 이유야 많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무엇보다도 10년이란 세월동안 다시금 비틀만한 유행 하나가 탄생했기 때문인 듯 보입니다. 바로 '리부트' 말입니다.

이번 4편은 '리부트/리메이크'의 공식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영화의 시작이었던 우즈보로 마을로 돌아와야 했고 시드니 역시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영화에서 커비가 읊어대던 대사를 생각하면 그동안 참으로 많은 리메이크/리부트 공포영화들이 쏟아졌습니다. 스크림 1편의 포문을 열었던 마이클 마이어스도, 마셰티를 휘두르던 제이슨도 심지어 웨스 크레이븐이 창조한 프레디 크루거도 새로운 옷을 입고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우즈보로 마을의 아이들과 시드니 일행은 이런 리부트 영화들에 대해 때로는 찬사를 때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새로운 스크림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4편의 오프닝은 1편의 동어반복처럼 시작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여자애들 둘이다 뿐이지 드류 베리모어에게 벌어진 것과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는 거죠. 하지만 곧바로 이 광경은 스크림 영화 속의 영화 스탭(STAB) 6편의 장면임이 드러납니다. 그리곤 스탭 6편을 보며 깔깔대는 또 다른 '금발머리 여자' 둘이 등장하는데 무려 '안나 파퀸'과 '크리스틴 벨'입니다. 1편에서 금발로 등장한 드류 베리모어를 연상할 수 밖에 없는 모양으로 말이지요. 그러나 이 장면 역시 사실은 스탭7의 장면입니다. 이렇듯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에게 장난질을 거는 듯 보입니다.

본편은 기본적으로 리부트의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배경과 인물들은 1편을 연상시키고 사건들 역시 1편과 유사합니다. 여느 리부트 영화들이 그러하듯 현대적인 재해석들도 가미됩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스트리밍 영상, 트위터가 등장하고 '요즘 관객들은 공포 영화 공식을 빤히 꿰차고 있어'라며 '포스트 스크림' 영화들에 익숙해진 요즘 관객들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힙니다. 하지만 시리즈의 중심인 시드니, 듀이, 게일이 버티고 선 만큼 결국 영화는 '4편' 입니다. 지난 3편이 기본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한계가 여전한 거죠.

스크림 시리즈의 장점은 앞서 말한 쟝르에 대한 도전만이 아니라 '고스트 페이스'라는 악당의 정체성에도 있습니다. 가면 뒤에 숨은 살인마는 초현실적인 존재도, 막판에 벌떡 살아나거나 은근슬쩍 여지를 남김으로서 속편을 암시하는 존재도 아닌 주변 누구든 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는 확실하게 죽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편마다 스크림은 '범인찾기' 놀이의 반복입니다. 그게 빤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건 살인마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지요. 고스트 페이스라는 아이콘으로 일관성이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세편의 시리즈는 모두 각각 저마다 다른 악당들에 대해 얘기하는 독립적인 이야기도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점은 그대로 시리즈의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우선 시드니를 비롯한 메인 캐릭터들이 계속 살아남으면서 피해자의 위치를 유지한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니까 너 하나 죽이려고 다들 난리 친거잖아'라는 대사처럼 시드니야 말로 '그림 리퍼' 그 자체인 겁니다. 피해자는 똑같은데 살인마는 계속 변하는 기이한 구조에서 속편으로 갈수록 범인의 정체는 난제가 되어갑니다. 이야기의 설득력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지고요. 쟝르의 공식이니 속편의 공식이니 심지어 트릴로지의 규칙이 언급되지만 결국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관객들이 시리즈에 바라는 특별함을 유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이기도 한 거지요.

이번 영화도 이런 한계가 분명합니다. 리부트에 관한 이야기지만 여전히 전작들과 똑같은 범인찾기에 시드니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죽일 놈은 다 죽인 마당에 다시 우즈보로로 돌아왔으니 범인 만들기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일단 범인찾기를 하려면 후보군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리부트다보니 1편에서 한번 했던 이야기를 재탕하는 가운데 비슷비슷한 캐릭터와 인물 관계도 속에서 관객들을 다시 한 번 속여야 한다 이겁니다. 당연히 무리수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1편에선 꽤나 충격적이었던 범인의 정체가 2편에선 그래 그럴 수 있어 정도였고 3편에선 그래도 이건 좀... 싶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전체적인 구성에선 한계가 보이지만 부분부분의 구성은 참신한 면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오프닝은 1편만한 충격은 아니지만 뭔가 비꼬는 맛이 강해서 낄낄거리며 즐길만 했고 이후의 살인 장면들에선 꽤나 그럴싸한 순간들도 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범인의 쌩쇼는 이게 호러인지 코미디인지 잠시 헛갈리게 만들기 좋아하는 감독의 취향이 잘 드러납니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느낀 거지만 시드니와 듀이,게일의 생명력은 끈질김을 넘어 초인적입니다. 칼침 몇방으론 죽이긴 커녕 전투력을 줄이기도 힘들 지경이지요. 죽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멀쩡히 살아 돌아오는 꼴을 보면 고스트 페이스가 악당인지 이들이 악당인지 헛갈릴 지경입니다. 고백하자면 이번 영화의 막판 액션신은 내가 보고 있는 게 스크림인지 하이랜더인지 분간이 안갔습니다.

영화에서 듀이와 게일은 10년간 함께 해온 권태기 부부입니다. 듀이는 동료 여경관의 유혹에 당황하며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위기의 중년이고 게일은 시골 구석에서 커리어가 말라가는 중이고요. 이 시리즈를 통해 실지 부부의 연을 맺었던 둘은 얼마 전 파경을 맞았죠, 극중에선 슬쩍 이 부분을 가지고 농담을 치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이 오히려 그만큼 둘이 부부관계를 떠나 여전히 좋은 친구가 된 듯 보여 좋았습니다.

마리 쉘톤이 듀이에게 푹 빠진 여자 보안관으로 나옵니다. 시드니와 동창인데 학창시절엔 존재감 제로의 아이였다는 설정이기도 하고요. 살짝 1편의 듀이도 연상되는 어벙한 캐릭터인데 '일레븐스 아워'에서의 똑부러지는 FBI요원 모습에 익숙했던 저에겐 그 갭이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역시나 '히어로즈'로 익숙한 헤이든 파네티어가 커비 리드라는 주조연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중간에 살짝 초능력과 관련된 농담이 등장한 것도 같습니다. 그보단 영화 속 그녀의 헤어스타일이 저에겐 초능력 같아 보이긴 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세팅한거여? 가발 아닌가?

엠마 로버츠가 시드니의 조카인 질 로버츠(^^)로 나오는데 꽤나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그녀의 순둥이 같은 외모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이죠. 막판에 보여준 열연 덕분에 배꼽을 잡았습니다.

찰리 워커 역의 로리 컬킨은 맥컬리 컬킨의 동생입니다. 엠마 로버츠와는 라임 라이프란 영화에서 함께 공연한 적도 있고요. 데이비드 아퀘트, 엠마 로버츠, 로리 컬킨... 뭔가 헐리웃 덕에 먹고사는 가문의 아이들끼리 친목회라고 가진 분위기네요.

시드니의 이모이자 질의 엄마 역엔 매리 맥도넬이 거의 까메오 수준으로 나오는데 그 비중에 비해 좀 과한 캐스팅이긴 한데 범인찾기에 혼선을 주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스크림 시리즈를 보고 나면 늘상 하게되는 생각이 범인의 정체가 스토리상 아귀가 들어맞나 하는 점입니다. 고스트 페이스가 등장한 장면마다 가면을 쓴 게 누구인지 짐작하는 재미 말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같은 재미를 즐길 수 있지요.

첫번째 살인 (마니, 제니) - 누구던 가능합니다. 그리 중요하지 않지요. 정황상 둘이 같이 벌인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두번째 살인 (트루디) - 질일 수는 없지요. 찰리가 고스트 페이스입니다. 질의 부상은 의도된 것이겠지요.

세번째 살인 (시드니 홍보담당) - 역시 누구던 가능합니다만 질은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었을 테니 찰리였을 것 같습니다. 병원 안에서 경찰의 수색을 벗어난 걸 보면 질일 수도 있겠네요.

네번째 살인을 위한 시도 (게일) - 스태버톤 중이었으니 찰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비슷한 시간에 벌어진 진짜 네번째 살인 장면을 생각하면 아마도 찰리일 겁니다.

네번째 살인 (경찰 둘) - 질입니다. 자기 집 앞이었고 굳이 찰리가 왔다갔다 할 이유는 없었죠.

다섯번째 살인 (시드니 이모) - 역시 질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입니다. 후에 스스로 자백하기도 했고요.

여섯번째 살인 (로비) - 찰리입니다. 현관에서 칼에 찔린 로비를 뒤따라 고스트 페이스가 쫓아올때 질은 시드니와 함께 있습니다.

일곱번째 살인 (커비) - 찰리지요. 음.. 이건 고스트페이스가 아니니 카운트 할 필요 없을까요.

 


2011/06/06 21:56

던파 이벤트 응모용 clancy's work


이번에 실시한 던파 아이디어 배틀 이벤트 응모용
이벤트 아바타 컨셉 도트...

끝내 격가는 작업을 못했다.

2011/06/04 00:28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clancy's criticism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 매튜 본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가 나온다는 소식에 팬들은 여느때처럼 두 개의 감정을 품었을 겁니다. "이번엔 또 어떤 영화가 나올까? 어떤 캐릭터들이 나올까?"라는 두근거림. 그리고 "아 지난번 영화 같음 안될텐데"라는 불안감.

브라이언 싱어가 21세기 테크닉들로 이루어낸 영화판 엑스맨은 균형감각이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캐릭터들의 안배에서도 그랬고 현대 헐리웃 영화적 감각과 원작 만화의 키치한 감각의 균형에 있어서도 그랬습니다. 좋은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대로 좋은 흥행을 거두며 속편 제작에 들어갑니다. 엑스맨 2편에 대한 평들은 조금 갈리는 편이지만 그나마도 대체로 1편보다 훌륭한가 1편보다 뛰어난가의 논쟁이었으니 두 말할 필요는 없는 작품이었죠 (개인적으론 1편보다 2편을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프렌차이즈에 망조가 스며들기 시작한 건 3편 부터입니다. 시리즈의 마감이네 어쩌네 하며 전작의 연장에서 제작된 3편은 브라이언 싱어가 빠지면서 불안불안 하더니 어중간한 퀄리티로 완성이 됩니다. 뭔가 이야기들은 완결되고 전작의 장점들이 여전히 이어지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뭔가 찜찜함을 벗어낼 수 없는 작품이었죠. 이걸로 부족했는지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인 휴 잭맨의 울버린의 이야기를 단독으로 뽑아내 만든 네 번째 작품 울버린이 나오고 결국 엑스맨 시리즈에도 망작의 기운이 스며들며 내리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죽했으면 이 영화를 '다니엘 해니'나오는 영화 정도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섯 번째 시리즈 격인 이번 '퍼스트 클래스'에 대해서도 불안한 감정이 더 앞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들리는 정보에 의하면 이번에도 '프리퀄'이라지 않습니까. 시리즈 작품들이 여차하면 선보이는 프리퀄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국 매력적이던 원작의 시작을 그러니까 '뒷 이야기'를 캐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면 매력적일 겁니다. 그럴듯한 캐릭터들은 이미 앞선 작품에서 다 만들어줬고 관객들은 그들의 과거사를 궁금해 하니까 간지러운 곳을 적당히 긁어주면 되겠지... 싶은 거지요.

동양화에 '여백의 미'란 게 있습니다. 그림 한 쪽의 아무 것도 그려넣지 않은 휑한 공간이 오히려 작품을 완성시킨다는 것이지요. 물론 회화적 균형감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단 감상자로 하여금 '상상'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 큽니다. 덜렁 그림 한귀퉁이에 그려진 인물과 헛헛한 나머지 공간에서 감상자는 나름의 '스토리'를 연상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프리퀄은 이런 여백에 굳이 상황에 맞을 법한 무언가를 끼워 맞추는 작업이라는 겁니다. 수 백, 수 천가지의 상상이 가능하고 그래서 관객들 저마다의 입맛에 맞춰 자신들 만의 이야기를 그려 넣던 공간에 단 하나의 이야기를 척 들이미는 것이 얼마나 겁없는 행동인지 상상해 보세요. 천 가지 취향을 달랑 한 가지 맛으로 만족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때문인지 프리퀄 작품들은 기대 이하의 수준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엑스맨의 전작인 울버린이 그랬고,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의 과거사랍시고 만들어진 한니발이 그랬으며,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스타워즈 밀레니엄 3부작이 그랬습니다.

다시 본 영화로 돌아와 보자면 이번 퍼스트 클래스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분명합니다. 지금의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의 '과거사'가 어땠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거지요. 동시에 벌써 시들해져 가는 엑스맨 프랜차이즈에 힘을 불어넣어야 할 책임도 막중해 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은근 바쁩니다. 챨스 이그제비어의 이야기도 해줘야 하고, 에릭 랜셔의 이야기도 해야 합니다. 뿐입니까 이들과 얽혀 이전 엑스맨 시리즈에 나오거나 언급된 캐릭터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하고 이 두 캐릭터들의 각종 설정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합니다. 얘들이 어떻게 처음 알게 됐는지, 어쩌다 숙적이 됐는지, 그들의 별명은 어쩌다 생겨난 것이고 괴상하게 생긴 매그니토의 투구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셀리브로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면 엑스맨 전투기나, 뮤턴트 학교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합니다. 아차, 프로페서 X가 왜 휠체어 신세를 졌는지도 설명해야죠.

이제 프리퀄이란 작업이, 특히나 엄청난 캐릭터 공세를 퍼붓는 엑스맨 시리즈 같은 영화의 프리퀄이 얼마나 힘든 건지 분명해 졌을 겁니다. 여기에 또다른 장애가 있습니다. 프리퀄이라곤 하지만 이미 이전에 네 개 작품에서 어느 정도 캐릭터들의 과거사가 등장했다는 거지요. 울버린 같은 경우는 이미 독립적인 작품을 통해 소싯적부터 서술을 해줬고 그 외의 경우들도 다양한 형태로 과거가 언급 되었습니다. 이 역시 이번 영화의 제작에 있어 장점이 되기도 하고 결국 넘어서지 못한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매그니토의 어릴적 유태인 수용소의 이야기는 엑스맨 1편에서의 장면을 그대로 가져와 확장합니다. 프리퀄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거지요. 하지만 반대로 전작의 장면이 이번 영화와 충돌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엑스맨 3편은 찰스와 에릭이 어린 진 그레이를 만나러 가는 장면을 삽입합니다. 나름 CG기술을 활용해 패트릭 스튜어트와 이언 맥캘런을 뽀송뽀송하게 만들긴 했지만 찰스가 멀쩡하고 둘이 친하게 지내며 뮤턴트를 인크루팅 하며 지냈다면 이번 영화의 중반부와 시기적으로 맞아들어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합니다. 일단 캐스팅의 문제로 나이대가 껑충 뛰어버린 두 캐릭터는 그렇다 치고. 2000년 즈음에 30대 후반 가량으로 보이는 진 그레이의 어릴적이라면 아무리 여유있게 잡아도 3편의 그 장면은 70년대 중후반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쿠바 미사일 사태가 벌어지고 JFK가 대통령인 60년대라는 거지요. 시기적으로 10여년이 어긋나버립니다. (굳이 진 그레이가 아니더라도 이번 영화에서 세리브로로 뮤턴트를 검색할때 어린 오로로 먼로가 나오기도 하지요) 그래도 영화는 어떻게든 이런 문제점들을 커버치려 노력합니다. 미스틱이 천천히 나이를 먹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던가. 그녀의 변신 모습에 은근 슬쩍 레베카 로미즌의 모습을 넣는다던가. 찰스가 연신 '대머리' 농담을 하는 식이지요.



프리퀄의 한계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늘어놓았고 덕분에 이번 작품도 망작이란 듯 보이는 이야기를 하게 됐지만 사실 그렇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번 퍼스트 클래스는 상당히 괜찮게 만들어진 오락영화라고 생각합니다. 1-2편으로 이어지는 싱어의 엑스맨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이야기와 연출이었고 시리즈에 새로운 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프리퀄의 한계를 넘지 못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독립적인 영화로서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일단 분위기 탓이 아닐까 싶어요. 뭔가 엄청난 엔딩을 연출하고픈 욕심이 산으로 가버린 3편이나. 어린이용 주말 만화영화 수준을 겨우 넘긴 듯 보이는 스토리의 울버린과는 달리 이번 영화는 꽤나 영리하게 엑스맨들과 시대 배경을 활용합니다. 종종 영화는 뮤턴트 히어로물이 아니라 어벤져나 007, 미션 임파서블 같은 첩보 시리즈를 연상시킵니다. 악당이 타고다니는 잠수함은 숀 코넬리 007하던 시절의 유물 같아 보이고 (케빈 베이컨의 옷차림도 그렇고...) 복수를 위해 유럽을 휘젓고 다니는 에릭을 볼때엔 제이슨 본이나 심지어 리플리가 떠오르기도 합니다.(어쩌면 당연한 건가...) 이전 시리즈와는 분명 차별화되는 이미지로 영화의 절반을 매우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다 보니 지루할 여지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론 거창한 이야기나 액션은 없을 지언정 영화의 전반부가 훨씬 흥미롭고 풍요로웠습니다. 프리퀄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냈다고 할까요.

반대로 영화의 후반부로 넘어가면 단점들이 도드라집니다. 일단 프리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시리즈가 깔아놓은 설정들을 가져가다 보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간들도 많고 캐릭터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클라이맥스를 한 번 볼까요. 영화를 이끌어온 갈등들이 모두 튀어나오는 장면은 쿠바 미사일 사태를 두고 대립한 미소 양국의 해군정의 대치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여기서 조금만 삐끗하면 3차대전으로 이어져 악당 녀석의 소원대로 인류가 인생퇴갤 하게 생긴 판이라는 거죠. 상황 자체가 영화적으로 모순입니다. 캐릭터들은 어떻게든 액션을 취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데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위해 뭐라도 하나 터뜨려야 하는 거죠. 3차대전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뮤턴트들의 거창한 액션을 선보이려니 무리수들이 튀어나옵니다. 덕분에 희생되는 건 무뇌아가 아닌가 의심이 될만큼 NPC화 해버린 양국 함대의 함장 이하 군인들입니다. (뭐 냉전 시절 군부의 멍청함을 상징화한 거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매그니토는 나는 너가 싫지만 너가 하는 말은 옳다고 생각해 그래서 너를 돕고는 싶지만 그래선 이야기가 안되기도 하고 사실 나는 찰스한테 왠지 자꾸 끌리는데 너는 우리 엄마를 죽였어...라는 다중이 놀이나 하고 있고. 애들은 애들끼리 우리는 졸라 특수하고 강해서 싸우긴 하는데 3차 대전은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까 좀 조심할게 이러고 있습니다. 찰스가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사연을 설명하는 장면에선 객석 여기저기서 헛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거 엑스맨이야 주말드라마야?)



장단점이 분명한 영화지만 전체적으론 그래도 예전의 균형감각을 많이 되찾은 것 같아서 좋습니다. 이번 프리퀄의 연장선에 있는 새로운 시리즈가 나온다면 환영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예전부터 이언 맥캘런을 주연으로 한 매그니토의 스핀오프 이야기가 나오던데 그건 좀 걱정입니다. 이미 일그러질만큼 일그러진 시리즈의 타임라인과 인물 관계를 어찌 감당하려고... 아차 우리에겐 아직 '마블 유니버스'가 있었군요.

캐스팅이 좋습니다. 찰스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는 패트릭 스튜어트의 프로페서 X와 쉽게 연결되진 않지만 (저 청년이 어찌 대머리가 되겠습니까!!) 젊고 순수한 청년 찰스로선 제격입니다.
에릭 역의 마이클 패스밴더는 정말 적역이고요. 엑스맨 영화에서 이런 감정폭의 연기를 볼 수 있다니.. 아니, 보여주다니... 막판 허접한 매그니토의 감정선과 대사를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캐스팅 덕입니다.
미스틱/레이븐 역의 제니퍼 로렌스는... 이쁩니다. 그러니까... 이쁩니다. 뭔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아, 푸른색 분장한 모습은 아무래도 레베카 로미즌 쪽에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분장이 그렇게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겠지요.
엠마 프로스트 역의 배우는 눈에는 익은데 어디서 봤더라 했더니 언노운에서 밉상스럽던 부인 역의 배우군요.
로즈 번은 얼마 전 보았던 인시디어스에서의 모습이 자꾸 겹쳐서 몰입이 되질 않았습니다. 영화 보는 순서를 잘 선택해야 하는데...
니콜라스 홀트....ㅠㅠ 제작진은 분명 그를 싫어하는 게 분명합니다.


사족1.

엔딩 쿠키는 없습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기대를 가지고 (이거 마블이잖아!) 자리를 지키다가 허탈한 표정으로 극장을 나섰습니다.

사족2.

제가 처음 엑스맨 공부를 할때(이게 뭐라고 공부까지..)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를 흑인 인권운동가들 캐릭터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온건파인 프로페서x는 마틴 루터 킹이고 매그니토는 말콤x라는 거죠(그런데 왜 x는 프로페서가 가져다 썼는지?) 이들의 과거사를 다루는 만큼 이번 영화는 그 어느때보다 뮤턴트로서 이들의 인류에 대한 태도에 집중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아무래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에릭 쪽의 주장입니다. 멸종하겠는가 아니면 왕좌에 오르겠는가... 너무나도 당연한 선택이지요. 그만큼 '인간적인' 선택이고요. 그렇기에 찰스 같은 인물은 더욱 위대해 보이는 지도 모릅니다. 사실 능력만 두고 보자면 다크사이드로 빠지는 쪽은 찰스여야 할겁니다. 인간들의 추악한 내면을 대놓고 들여다본 인생 아닙니까. 어릴적부터 능력이 출중했던 모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참하게 자라나다니... 진정한 능력자인 게지요.


1 2 3 4 5 6 7 8 9 10 다음